마흔에 읽는 니체는 저에게 굉장한 의미가 있는 책입니다. 자신이 싫어지고, 주변인들도 싫어지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싫어질 때 혜성처럼 나타나 저를 일으킨 책입니다. 다시 목표를 잡게 되었고 다시 자신을 비롯한 주변세계에 애정을 갖게 된 마법 같은 책이었습니다.
장재형은 누구인가?
세렌디피티 인문학연구소 대표이자 창스코리아 대표이며 오프라인 독서모임 '장작가 인문학 살롱'을 운영하며 인문학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100권 이상의 책을 소화하는 독서의 대가이자 평론가, 연사의 대가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약 30년 동안 고전문학, 동서철학, 역사부터 서양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을 삶과 연결하는 실용적인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마흔 살에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내 곁에서 내 삶을 지탱해주는 것' 등이 있습니다.
1. 나이 불문 필독 책
책제목에 특정 나이를 붙여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들이 왕왕 있습니다. 이미 마흔을 훌쩍 넘은 나이여서 별 기대 없이 장재형 작가의 <마흔에 읽는 니체>를 집어 들었습니다. 마침 이 책을 만날 즈음 오랜 휴직을 끝내고 복귀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직장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죽기보다 싫었고 하루하루가 짜증스럽고 무기력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전과 다른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직장에 다시 돌아가는 것이 힘들지 않겠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직장 복귀에 대한 설렘과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 수 없는 용기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애써 외면했던 나의 볼썽 사나운 생활습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를 다시 일으킬 새로운 목표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마흔에 읽는 니체>는 제게 그런 책이었습니다.
2. 니체의 철학은?
니체의 철학은 ‘신은 죽었다’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신은 ‘우리가 추구해야 되는 절대적 가치’의 의미일 것입니다. 신이 죽었다면 인간에게 닥칠 허무주의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초인’이 되는 것입니다. 니체는 초인이 되기 위해서 ‘힘에의 의지’와 ‘아모르 파티’를 가져야 한다고 제시합니다. 아모르 파티 왠지 익숙하시죠? 아모르 파티(amor fati), 우리말로 ‘운명애’라고도 합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이 부딪혀야 할 운명이라면 그것을 견뎌야 할 뿐 아니라 아름답게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니체는 말합니다. 다시 말해, 니체의 세계관은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지라는 메시지입니다.
3. 내게 와준 글귀들
이 책에서 아모르파티(Amor fati) 만큼 많이 언급된 말이 메멘토 모리(Memem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입니다. 살아가면서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던 스피노자의 니체 버전인 것 같습니다.
Mememto mori! 살아가면서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이 순간을 살아야 한다.
제때에 살아 본 사람만이 제때에 죽을 수 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에 직면하게 됩니다. 우리는 행복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때로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고통이 신체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니체는 이러한 고통에 새로운 정의를 내려줍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통 속에서 잘 살아내도록 실천적인 지침을 보여줍니다.
고통은 단연히 수반되는 과정이며 고통도 쾌락과 마찬가지로 그 안에 많은 지혜를 지니고 있다.
주변에 아무것도 두지 않은 채 내 안의 고요함에 귀를 기울여라.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는 의식을 날마다 규칙적으로 행하라.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니체는 자기 자신을 찾는 방법을 세 가지 질문으로 요약했습니다.
너는 이제까지 무엇을 진정으로 사랑하였는가?
무엇이 너의 영혼을 끌어당겼는가?
무엇이 너를 지배하는 동시에 행복하게 했는가?
니체는 고독과 세상의 외면, 질병 등으로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렸지만 필연적으로 다가온 삶을 당당히 긍정하면서 일생을 보냈습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니체의 삶의 흔적이 인생의 새로운 지침서가 되었습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 미련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았습니다. 니체는 저에게 오늘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그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