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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살아 숨 쉬며 춤 추는 처절한 단어들 『채식주의자 』 , 『소년이 온다』 를 오래전에 읽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영어 원서로 읽는 도전을 감행한 탓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렴풋이 강렬한 몇 개의 장면만 기억저장소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글을 한글 원서가 아닌 거꾸로 영어로 읽었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 『소년이 온다』는 분노와 참담함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울분을 참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이 책장을 덮고 느꼈던 감상은 오히려 차분함이었습니다. 잘못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이렇게 문학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그로 인해 오염된 역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한강 작가의 책 『작별하지 않는다.. 2025. 1. 10.
박중철, 『나는 친절한 죽음을 원한다』 죽음의 공포마저 넘어선 50대 필독서 우연히 중고 서점에서 제 눈길을 사로잡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죽음 앞에 붙은 '친절한'이라는 수식어가 저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제가 읽었던 그 어느 책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었고, 실용적인데다 철학적이기까지 한 수작이었습니다. 책장을 덮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읽으세요'라고 말입니다. 죽음에 관한 많은 출판물들이 있었지만 이 책처럼 죽음에 대한 통찰과 완벽한 대비를 시켜주는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친절한 죽음에 한 발짝 다가가 보겠습니다. 작가 박중철가정의학과 의사이자 호스피스 의사인 작가는, 20년 동안 의사로 살면서 겪은 죽음에 관한 경험들을 사실적이며 감동적인 언어로 책 속에 풀어냈습니다. 생명에 대.. 2024. 12. 1.
[조승리,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제목 만큼이나 강렬한 울림이 있는 책 제목부터 강렬함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집어 들게 된, 작가가 누군지도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책장을 펼쳤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아, 또 세상을 조금 더 알게 되었구나!'였습니다. 옳다고 생각했던 나의 의견과 판단들, 나의 따뜻한 말과 행동이라고 착각했던 잘못된 배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유영했습니다. 열다섯의 나이에 시력 이상을 판정받고, 십 년 후에는 완전히 시력을 잃을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던 작가의 삶,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삶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하루하루를 꾹꾹 눌러내며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작가, 조승리1986년 아시안 게임을 시청하다 자신을 낳으신 어머니께서는 그녀에게 '승리'라는 이름을 지어.. 2024. 11. 15.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가지 않은 길에 길에 대해 후회가 밀려 올 때 독특하고 기발한 설정이었습니다. 어디선가 평행우주론을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양자역학에서 한 입자가 두 개의 상태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실제로는 모든 상태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제 머리로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물리학 이론이랍니다.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 는 우리가 하나를 선택해서 실제 살지 못했던 다른 삶들을 따뜻하게, 때로는 잔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삶에서 우리는 항상 선택하지 못했던 다른 삶을 아쉬워하며,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삶의 태도가 맞지 않음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매력적인 책이었습니다.  1. 매트 헤이그(Matt Haig)는 누구인가?1975년 영국 태생으로 20대 초반에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었습니다. 절벽 끝에 서서 생.. 2024.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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