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도 없는 도시에 책방 이름이 아주 호기롭습니다. 건물 밖에서 보는 책방은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주택가의 상점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책방 내부는 이렇게 예쁜 공간을 꼭꼭 숨겨 놓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서점이었습니다. 책방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커피 스탠드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주인장님이 커피에 진심이신 것이 느껴질 정도로 원두를 로스팅하고 커피를 만들고 내어주는 공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더불어 책을 진열한 공간도 원목이 주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분위기를 한껏 올려주고 있었습니다.
1. 바다에 내리는 눈, 책방이름이 다했다!
바다 없는 원주에 꽤 감성적인 상호명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끊임없이 유도하고 있는 원주 독립서점 '바다에 내리는 눈'에 다녀왔습니다. 원주 단계동 주택가에 위치한 독립서점이고 바로 앞에 무료 공영주차장이 있어 이용하기 매우 편리한 서점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하얀 벽 위에 감성적인 액자와 화분 두 개가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2. 책 보다 먼저 들어온 커피와 음악
바다에 내리는 눈 책방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중문이 나타납니다. 이 문을 열고 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커피를 만들고 계신 주인장님의 모습입니다.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시며 커피에 매우 진심인 자세와 태도로 커피를 만드시고 직접 자리에 가져다주십니다. 한쪽 면을 가득 채운 CD와 스피커, 빈티지한 앰프에서 책방지기님이 어떤 것들을 사랑하시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책, 음악, 커피! 이 모든 것이 서점 곳곳에 잘 녹여져 있었습니다. 공간에 넘쳐흐르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이 책을 읽든, 커피를 마시든 무엇에든 집중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3. 테마가 뚜렷한 책들
바다에 내리는 눈에 있는 책들은 주제가 명확했습니다. 주인장님의 개성이 확실히 표현되어 있는 철학책들과 사회서적들 그리고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선반 가득 꽂혀 있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작가들의 책도 제법 많아서 다양한 책의 장르나 작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흥미롭게 책을 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선하고 젠틀하신 사장님의 픽이라 무한신뢰가 가는 책들이었습니다.
4. 창호문과 넉넉한 쉼 공간들
누드 공법의 실내인테리어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창호문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일층 밖으로 내다 보이는 일상의 풍경들도 서점 안에서는 특별한 광경이 되는 느낌입니다. 실내가 모두 나무나무하고 나무빛에서 풍겨 나오는 색감이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점 한편에 제법 큰 공간을 차지하는 공방이 있었는데 주인장님께서 직접 가구나 소품들을 만드시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정성과 아이디어가 가득한 가구와 소품들이 방문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5. 서점 맛집
바다에 내리는 눈 서점은 북카페의 성격을 띈 독립서점이었습니다. 주인장께서 손수 고급지게 만들어 내오신 커피를 마시며 가져온 책을 가볍게 읽는 것도 서점을 즐기시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혼자 오셔서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일하고 계신 손님들이 많으셨습니다. 주인장님의 북큐레이션을 좋아하시는 손님들이 열심히 책을 고르시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꽤 북적이는 모습이었지만 소음이나 방해되는 소리가 없었던 것도 신기했습니다. '서점입니다. 구입 후에 읽으실 수 있어요. 빵집의 빵이 그렇잖아요'라고 쓰여 있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안내(?) 메시지를 이렇게 부드럽고 온화하게 표현할 수 있는 주인장의 능력이 부러웠습니다.
바다에 내리는 눈 한켠에 방문자 일지가 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 책장을 훑는 사람, 눈을 마주하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 커피를 내리는 사람, 음료를 맛있게 마시는 사람, 저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잘 느껴지는 곳'이라는 방문평을 남겨주셨습니다. 바다에 내리는 눈은 커피를 의미 있게 만들고 책을 읽는 사람도 의미 있게 만드는 마법 같은 책방이었습니다.
<바다에 내리는 눈>
https://maps.app.goo.gl/ymQ9cDpoNyrgdmxH9
바다에 내리는 눈 · 강원도 원주시 이화2길 45 1층
★★★★★ · 커피숍/커피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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