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이름이 아리송했습니다. 예쁘고 볼 것 많은 행궁동 산책을 마치고 발걸음을 재촉한 곳, 책방 시요였습니다. 당최 알 수 없는 '시요'라는 책방 이름에 궁금증을 매달고 서둘러 서점에 도착했습니다. 행궁동 어디쯤, 예전의 주택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동네에 레트로한 카페도 모던한 식당도 지나 책방 시요의 앙증맞은 깃발 표지가 팔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깃발이 안내한 대로 낡은 건물의 3층을 뚜벅뚜벅 올라갔습니다.

1. 책방지기님의 아기자기한 내부 인테리어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범상치 않은 패브릭 그림과 소품들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계단을 오르면서도 눈길 가는 소품과 그림들이 놓여 있어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출입구에 걸린 파란 구름 커튼과 시원한 바다 패브릭그림이 책방의 분위기를 청량감 있고 신선한 분위기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운 좋게 첫 방문객이라 책방지기님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젊고 감각 있는 책방지기님은 책방 '시요'를 다시 찾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계획하고 실천하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이 그림 속 소녀의 행복한 모습을 꼭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2. '시요'는 시 서점이었다!
마침내 책방 이름 '시요'의 궁금증을 풀게 되었습니다. '시요'는 시를 사랑한 책방지기님이 만든 책방 이름이었습니다. 문학을 전공한 책방지기님은 대학을 졸업 후 독립서점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바로 현실로 이루었고 그 중에서도 '시'라는 장르를 특화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독립서점을 다녔지만 시집을 메인으로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서점은 처음이라 호기심도 생겼고, 독특한 아이디어에 기분이 업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독립서점이 점점 다양하게 변신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책방 산책을 하는 방문객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3. 책방지기님의 시평과 단상(斷想)
책방 시요에는 벽면 가득 책방지기님이 써 놓으신 시평과 조각조각 써내려간 글들이 참 많습니다. 시절별로 유명한 몇 개의 시를 제외하고는 '시'라는 장르와 담을 쌓아놓고 살아왔던 터라 전시된 시집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방지기님이 마음에 와닿은 시들을 골라 친절하게 감상을 적어 둔 것이 저 같은 깜깜이 방문객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벽에 있는 시평을 보고 내 마음을 울린 시가 있으면 쉽게 그 시집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4. 시인과 책방
책방 시요의 책방지기님은 시집을 두 권이나 출판하신 시인작가이십니다. '사이', '나의 외로움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라는 시집입니다. '시'라는 것이 원래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찡하고 울려야 하는 데 김고요 작가님의 시 제목이 제게는 그러했습니다. 젊은 작가가 시를 직접 쓰며 '시'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차갑고 사나웠습니다. 독립서점만의 수입으로는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라 '시요'의 책방지기님도 다른 독립서점 주인장님들처럼 투잡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시를 사랑하고 소설과 에세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달콤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독립서점이 경제적으로 아무 걱정없이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5. 수원 화성 산책
마음에 쏙 와 닿았던 책방 시요를 뒤로 하고 화성 탐방을 시작했습니다. 책방을 나서면 바로 웅장한 장안문(화성 북문)이 보이고 계단을 올라 장안문 위에 오르면 화성 성곽길로 이어져 있습니다. 멀리 가지 않고도 가까운 근교에 이렇게 잘 보존된 성곽과 문화유산이 있다니 저절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곳이었습니다. 하늘도 맑고 꽃도 예쁘고 나무도 연두연두 해서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책방 시요는 남다른 서점이었습니다. 책방지기님의 노력과 열정이 뭉텅뭉텅 녹아든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시를 전문으로 하는 책방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책방지기님의 맑고 순수한 열정이 계속 이어지기를 응원하겟습니다.
시요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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