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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별난 도서관 Mahasamut Library] 아이디어 통통 발칙한 도서관

by aromaLee 2024.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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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의 일상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하루 한 잔 망고주스, 사흘에 한 번은 파타이,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카오소이가 루틴이 되어 갈 즈음...  반캉왓 마을을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 감성 충만한 마하사뭇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서둘러 채비를 했습니다. 도서관의 정의를 바꾸어 버린 발칙한 도서관 지금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Mahasamut Library

분명 구글맵에 마하사뭇 도서관 이름을 입력했건만 예상치 못했던 시골 대문이 떡하니 나타납니다. 어라? 이것이 도서관 입구일 수는 없다는 나름의 합리적이고 확고한 판단으로 다시 구글맵을 작동시켰지만, 에누리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뜹니다. 속는 셈 치고 제법 익숙한 시골 대문을 지나니 거짓말처럼 광장이 나타납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시골집 대문이 생각나는 그런 문이었습니다.
제법 넓은 광장입니다.

 

2. 젊은 예술가의 공간, 반캉왓 마을!

광장을 둘러싸고 조그만 목조건물들이 펼쳐지고, 알록달록 올망졸망 형형색색의 작고 귀여운 상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태국의 전통가옥을 그대로 살린 목조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젊은 태국 아티스트들이 뜻을 모아 만든 이름도 생소한 마을 공동체 '반캉왓 마을'입니다. 느리게 가는 치앙마이가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기 시작하자 젊은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은신처를 만들었습니다. 대개는 적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수공예품들이지만 그들의 예술적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한 물건들이었습니다. 개성 만점 귀욤귀욤 스티커며, 하나로는 양이 차지 않아 분홍이랑 베이지 실팔찌까지 주섬주섬 물건들을 손에 넣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그림 체험 공방입니다.
골목마다 마주치는 치앙마이스러운 상점들
아이들도 예쁜 배경이 되어버립니다.

 

3. 전통 태국 가옥을 품고 있는 Mahasamut Library의 통통 아이디어

정신줄 놓고 구경하다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도서관 입간판을 보고 아차차!!!! 저의 목적지가 Mahasamut Library였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입간판 아래에 써 있는 SPACE / LOVE에 눈길이 가 멈춥니다. 도서관은 우리가 책을 빌려오는 곳입니다. 하지만, 마하사뭇 도서관은 우리가 책을 두고 오는 곳입니다. 이곳은 여행자들의 책기부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먼 길 떠날 때 우리도 책 한 권쯤은 챙겨가게 됩니다. 물론 앞에 몇 장만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하다가 쇼핑물품에 밀려 가끔은 호텔방에 두고 오기도 하는 그런 운명을 맞는 책 말입니다. 책 선반에 매어진 빨간 리본들이 제게 말 거는 같습니다. “이 책들은 모두 당신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낡고 하찮아 보일 수 있는 간판이지만 직접 보면 힘이 느껴지는 간판이에요.
빨간 리본은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궁금해집니다.

 

4. 해리포터를 또 만나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이제 시공간을 초월한 클래식이 되었나 봅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허세 부리는 미국 대통령 옆에 두고 휴그랜트가 큰 소리로 외칩니다. "영국은 셰익스피어와 조앤 롤링과 데이비드 베컴의 왼발을 가진나라입니다." 뜬금없이 이 대사가 왜 떠오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치앙마이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는지 태국어로 쓰인 책들도 꽤 많았습니다.

이제는 베스트셀러를 넘어 고전이 되어버린 해리포터 시리즈

 

5. 1등 책 기부, 대한민국 여행자

그렇지만 셰익스피어도 없고 조앤 롤링도 없는 우리 대한민국은 책을 기부하는 여행자들로 넘쳐납니다. 우리나라 책들이 제일 많은 것을 보고 또 눈치 없는 국뽕이 차오르며 기세 등등 해집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치앙마이를 많이 여행한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고, 어쩌면 치앙마이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책을 좋아한다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는 어설픈 분석도 해 봅니다. 여행 중 책을 두고 가는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려보고, 그들의 못다 한 이야기와 앞으로 만들어 갈 이야기를 상상해 보면서 말입니다.

한국 책들이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여기서까지 '이기적 유전자'를 만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6.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지친 발걸음을 쉬게 하며 누군가의 스토리가 담긴 손때 묻은 책을 펼쳐보는 일이 여행의 예측불가능한 또 하나의 묘미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시선도 느끼지 않고 온전히 내가 되어, 손 가는 대로 책 하나 골라내어 읽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자기 자리라고는 없어 보이는 삐뚤빼뚤 놓인 책상과 의자가 여행자의 발길을 돌려 세우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각자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7. 공간이 글이 되는 곳

마하사뭇의 평온함과 안온함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펜을 들어보았습니다. 나에 대한 감사, 함께 간 사람에 대한 감사,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의 글이 머리를 거치지 않고 손끝에서 마구마구 흘러나왔습니다. 참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해지는 마성의 도서관이었습니다.

감사노트가 되어버린 나의 여행일지

 
8. 불꺼진 도서관

관광객이 모두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불 꺼진 도서관 카페의 나무문을 보고 있자니 마음에 작은 불씨 하나가 타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늦게 도착한 여행자들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문닫힌 도서관과 카페 선반에는 아직도 여러 권의 책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괜스레 그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 제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문닫힌 도서관문이 사람의 마음을 일렁이게합니다.

 



모두가 떠난 도서관과 카페는 이제 고양이 차지입니다. 사람도 고양이도 욕심내지 않고 공간을 함께 공유하는 마하사뭇 도서관이었습니다. 책을 빌리는 곳이 아닌 책을 두고 오는 도서관! 그 아이디어가 참으로 신박합니다. 마하사뭇 도서관, 오랫동안 마음에 서성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숙면에 빠진 냥이

 

https://maps.app.goo.gl/Ee2NBdiy1pCcbPTTA

 

Mahasamut Library by "ห้องสมุดใจใหญ่" · 123/1 หมู่ 5 Tambon Su Thep, Mueang Chiang Mai Dist

★★★★★ · 도서관

www.goo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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