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동양서림 2층에 위치한 시전문 독립서점 위트 앤 시니컬 책방에 다녀왔습니다. 시를 전문으로 하는 서점이 있다니 벌써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혜화동 대학로 부근이라 옛 추억 소환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책방산책길에 나섰습니다.
1. 형형색색의 시집
위트앤시니컬은 2016년 6월 신촌에서 시인 유희경 씨가 시집서점으로 문을 열었고, 이후 2018년 지금의 혜화동으로 옮겨왔습니다. 가지런히 정리된 시집들이 빼곡히 선반을 채우고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시집이 꽂혀있는 선반에 오래오래 머물러 있길래 이유를 물었습니다. 시집 제목이 너무 마음을 흔들어 놓아 제목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합니다. 저도 그들처럼 시집들의 이름을 읽어보고 결국 시집 한 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저 역시 마음이 흔들려 시집 한 권을 구매했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시인이었지만 저를 설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허연 ‘밤에 생긴 상처’.... 잘 읽어 볼 요량입니다.

2. 공간이 주는 안락함
클래식함과 캐주얼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처음 방문이었지만 낯설기 보다는 편안하고 안온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울린 시집 한 권 집어 들고 정성스럽게 마련된 의자에 앉아 시 한 편 읽을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다면 오늘의 행복지수가 최고조가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시집 서점답게 시집중심의 큐레이션이 독보적인 곳이고, 서점의 네 면이 모두 시집으로 둘러싸여 있어 시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방문객들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시를 읽고 더 많은 사유와 감정의 울림을 누릴 수 있도록 집중과 몰입의 세계로 방문객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세상과 동떨어져 자신과 시 한 편만 있는 착각을 가지기에 충분한 공간이었습니다. 시를 잘 모르시는 방문객이어도 시인이신 책방지기님이 남겨놓으신 포스트잇 쪽지의 감상평을 보시면 쉽게 마음이 동하실 것 같습니다.


3. 서점안의 은밀한 공간 '사가독서'
위트 앤 시니컬 책방의 또 다른 매력은 서점 안 깊숙이 자리 잡은 '사가독서'라는 방입니다. 평상시에는 방문객들이 편하게 시를 읽는 장소로 이용되지만 시 창작 강의나 시 낭독회 같은 이벤트가 이루어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시인이신 책방지기님께서 많은 사람들이 시를 가깝게 느끼고 사랑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고 계셨습니다. 요즘 곳곳에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많은 독립서점이 생겨나고 있어 책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위트 앤 시니컬 책방처럼 '시'라는 장르를 특화하여 전문화된 공간이 생기고 시를 보급하기 위한 다양한 기획이벤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니 더없이 즐거운 일입니다.

위트 앤 시니컬 책방 입구에 세워진 입간판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상 어딘가 하나쯤 시집서점. 그중 하나 위트 앤 시니컬, 당신을 기다립니다.' 세상 어딘가 하나쯤은 있어야 할 시집서점이 여기 이 자리에 있어 정말 기쁜 마음입니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 꽤 괜찮은 책방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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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앤시니컬 ·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양 서림 내 나선계단 위 2층
★★★★★ ·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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