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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동네책방 스몰굿씽] 그 고풍스러움에 스며들 수 밖에 없는 책방

by aromaLee 2024.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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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습니다. 책방에 스며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점이, 책방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책방을 채우고 있는 책도, 정의 내릴 수 없는 책방의 분위기도, 심지어 책방을 제 집처럼 누비고 다니는 반려견 골든 리트리버까지 모두 아름다웠습니다. 스몰굿씽을 지키고 계신 책방지기님과 오래오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 이야기, 책방 이야기, 그리고 책방지기님의 예사롭지 않은 인생의 한 자락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원주시 판부면에 위치한 동네 책방, 스몰굿씽 산책을 시작하겠습니다.

스몰굿씽 입구

 

1. 아늑한 유럽의 어느 마을로 순간이동

스몰굿씽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책방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유럽의 작은마을에서 봄직한 빈티지스러우면서도 꽃같이 예쁜 집이었습니다. 나무문을 통과하면 푸릇푸릇한 정원이 나오고, 투박한 돌길을 걸으면 책방 입구에 이르게 됩니다. 창문도 출입문도 간판도 모두 겨자색이었는데 그 색깔이 주는 고풍스러움과 세련됨이 벌써 방문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시간을 헤아릴 수 없어 보이는 오래된 벽돌의 인테리어와 티크 재질의 플로어가 스몰굿씽을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따뜻한 느낌의 커튼과 격자무늬의 창문이 아주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책방지기님의 공간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의도를 책방 구석구석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조용히 독서할 수 있는 1인 공간

 

2. 개성강한 큐레이션

스몰굿씽의 책들은 책방지기님의 취향과 선호도를 잘 반영한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책방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엄청난 독서량으로 중무장하신 책방지기님께서 직접 픽하신 좋은 책들이 '스몰굿씽이 애정하는 작가들'이라는 이름으로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스몰굿씽'이라는 책방의 이름은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에 수록된 단편 'Small Good Thing'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책방지기님께서 매우 애정하는 작가 중 한 분이었고, 그래서 책방 한켠에 마련된 커피스탠드의 메뉴판도 레이먼드 카버의 책에 커버 형태로 메뉴를 덧씌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아무 머뭇거림 없이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Cathedral)'을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스몰굿씽이 애정하는 작가들

 

쨍한 블루칼러 책꽂이

 

3. 책방지기님과의 대화

 

책방산책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일 중의 하나는 책방지기님과의 깊은 연대감입니다. 스몰굿씽의 책방지기님은 생태와 환경에 관심이 많으셨고 이를 농사와 연계해보시겠다는 생각으로 오래전에 원주에 터를 잡으셨습니다. 회계사라는 전문직종을 뒤로하시고 물 좋고 공기 좋은 원주에 정착하여 귀농생활을 하시게 되었다고 하네요. 생각처럼 귀농이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 후 6,7년 전 원주 판부에 스몰굿씽을 열게 되셨습니다. 아마도 원주에 처음 문을 연 독립서점이었다고 합니다. 문학, 과학, 건축, 공학, 철학을 넘나드는 어마무시한 독서량과 책방을 통해 알게 된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며 독서의 지평을 넓혀가셨습니다. 작가, 철학가, 수학자, 과학자 등등의 모습을 담은 액자가 커피스탠드 아래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책방지기님이 내오신 드립 커피를 마시며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읽어가는 즐거움도 스몰굿씽에서만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였습니다. 

 

커피 스탠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책을 이용한 스몰굿씽의 메뉴판

 

스몰굿씽은 모든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최고치로 만들어 주는 마법같은 책방이었습니다.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으면서 책방이 줄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와 이국적 분위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 툭툭 펼쳐지는 내부 공간이지만 어느 하나 책방지기님의 오랜 생각과 의도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만들어 주시는 홍차와 드립커피에도 온 우주의 정성이 들어간 듯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책방을 지키고 있는 온순한 골든리트리버의 평화로운 모습 역시 스몰굿씽을 다시 찾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스몰굿씽의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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