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인데 박물관이었습니다. 박물관이려니 생각하고 들어가보니 놀이터였습니다.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멋진 공립 놀이터였습니다. 송파 거주민으로서 이런 멋진 공간을 이제야 알았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박물관의 정의를 바꾸어버린 멋진 책 놀이터였습니다.
1. 낯선 이름, 공립 책박물관
대한민국 최초의 공립 책박물관 ‘송파 책박물관’입니다. 책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주는 딱딱한 이미지에 큰 기대 없이 출발했습니다. 책의 역사나 종이의 역사 아니면 고서를 전시해 놓은 정도의 박물관을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파주에 있는 출판단지 정도가 제가 알고 있는 책과 관련한 큰 규모의 공간이었고 지방자치 단체에서 운영하는 공립 책박물관은 이름부터 어색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저의 예상을 저버리지 않는 그저그런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매우 박물관스러운 현대식 건물이 보입니다. 벌써(?) 따분해진 마음을 다독이며 건물에 들어섰습니다.


2. 너무나 박물관스럽지 않은 박물관
제가 생각했던 박물관의 모습을 훌쩍 뛰어넘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회색 건물에 가졌던, 그리고 박물관에 가졌던 저의 선입견을 급히 반성해 봅니다. 뻥 뚫린 공간에 세련된 소파와 책들이 호화롭게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박물관이 줄 수 있는 딱딱함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없었고, 규모가 주는 스케일에 살짝 압도당하는 기분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의 양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규모였습니다. 이렇게 규모 있고 정돈된 책들을 본 적이 없어 넋을 잃고 책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층고가 높아 모든 소음은 뿔뿔히 흩어져 집중하기도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3. 상상 그 이상의 공간 '어울림 홀'
옆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어울림홀’입니다. 박물관에 이런 뷰가 펼쳐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전에 제주도 한라산 뷰가 보이는 이런 구조의 카페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한라산 뷰는 없지만 장대한 규모와 계단식 벤치 그리고 양 옆의 개인공간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잠시 착각을 일으킬 만큼 멋진 공간이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아빠, 머리가 희끗하신 노년의 신사, 삼삼오오 모여있는 젊음 청춘과 십 대들 정말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책 읽기에 빠져있었습니다. 모든 세대가 동일한 목적으로 책을 읽고 있는 풍경이 소설 속 한 장면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초현대식 건물과 내부 공간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4. 이게 끝이 아니었어, 북키움 홀!
그러나 여기에서 감탄하기는 금물입니다. 더 놀라운 곳이 있었습니다. 북키움홀에 있는 ‘나는 동화마을에 산다’ 체험공간입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장면을 세트장으로 만들어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들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이었습니다. 각 공간마다 하이라이트가 되는 동화속 이야기를 공간에 풀어내었습니다. 헨젤과 그레젤 방에서는 그레젤을 요리할 큰 솥단지가 끓고 있었고, 벌거벗은 임금님 방에서는 임금님 옷도 입어볼 수 있었습니다. 빨간 구두를 신고 춤도 춰보고, 콩나무를 타고 하늘까지 올라가 보는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공간을 간단한 예약만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의 대열에 성큼 들어섰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요즘 아이들이 한없이 부러워집니다.
북키움 이용대상: 만 3~5세(보호자 1인 반드시 동반)
예약: 14일 전 자정에 홈페이지에서(주말은 광클릭예상)
이용시간: 회당 1시간 50분





5. 관람 및 체험 공간
2층으로 올라가면 미디어 라이브러리와 전시관도 있습니다.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이 있는데 8.31일까지 기획전시관에는 ‘인쇄, 시대의 기억을 품다’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나만의 노트 만들기도 무료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주차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하루 나들이하기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어른, 아이 모두에게 즐거운 놀이터가 되는 송파 책박물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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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책박물관 · 서울특별시 송파구 송파대로37길 77
★★★★★ ·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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